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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가 최병건 선생님 강의] " 프로이트 리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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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indbohm 작성일21-12-28 00:28 조회5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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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 리딩 계획

 

 

정신분석이 하나의 학문으로 확립된 지도 100년이 훨씬 넘었습니다. 그 과정은 간단치 않았습니다. 당시 비엔나에 만연했던 히스테리아의 치료법을 찾으려는 실용적 이유로 출발한 프로이트의 연구는, 사람의 마음속 깊은 곳을 탐험하는 길고 긴 여정으로 그를 이끌었습니다. 프로이트 자신도 그 길이 그렇게 길고 고된 것이 될 줄은 몰랐을 것입니다.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프로이트는 방대한 양의 글을 남겼습니다. 때로는 자신의 이전 이론을 통째로 부정하고 새로운 이론을 제시해서 당시의 프로이디언들을 당황시키기도 했습니다.

 

프로이트 이후, 정신분석에도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분석하기 시작했고, 갓난아기들을 직접 관찰하기도 했습니다. 실험을 통해 자료를 얻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프로이트가 주장했던 것들의 상당 부분이 틀렸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그런 이유로, 어떤 사람들은 이제는 프로이트를 읽을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럴 시간에 최신의 견해들을 공부하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고 말합니다. 많은 정신분석 연구소들에서 전보다 프로이트를 덜 가르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프로이트를 꼭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분석가들도 많습니다. 저 또한, 정신분석을 공부하려는 사람에게 프로이트의 글들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텍스트라고 생각합니다.

 

프로이트 이후의 이론들은 소아 분석과 영아 관찰, 그리고 실험을 통해 얻은 자료들로 중무장 했습니다. 그런 자료들을 얻을 수 없었던 프로이트가 제시한 이론에 비해서, 새로운 이론들은 확실히 우월하고 세련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각광을 받으며 등장했던 수많은 이론들도 하나하나 빛을 잃고 슬그머니 무대 뒤로 사라졌습니다. 예를 들어, 70, 80년대의 대세였던 브레너와 알로우의 갈등 이론은 지금의 분석가들에게는 별로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한 때 큰 이름이었던 코헛이나 컨버그도 지금은 무수한 이름들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그렇게 수많은 이론이 명멸해왔다는 것은 한 가지의 사실을 방증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은...... 아직 우리는 사람의 마음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프로이트는 여전히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프로이트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에 대한 답이 아니라 질문들이기 때문입니다.

 

프로이트의 주장 중 틀린 것이 많다고 해도, 그가 정신분석의 뼈대를 완성했다는 것은 이견이 있을 수 없는 사실입니다. 분석가 Arnold Cooper는 정신분석의 역사에서 혁명 또는 패러다임이라는 단어는 프로이트에게만 해당된다고 말합니다. 이후의 분석가들은 프로이트가 제시한 주제들을 변주한 것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무의식, 자유연상, 저항, 전이, 역전이, 해석 등 정신분석의 근간을 이루는 개념들이 모두 프로이트에 의해 탄생되었습니다. 잘못으로 밝혀진 것은 특정한 주제(예를 들어 sexuality)에 대한 프로이트의 생각들 중 일부이지, 이런 근간이 되는 개념들은 현재까지도 프로이트의 생각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프로이트를 읽는 것은, 그런 개념들이 만들어진 맥락을 이해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닙니다. 프로이트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보다 더 중요한 유산은, 그가 스스로에게, 그래서 결국 우리에게 던진 질문들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탐구하면서 그는 스스로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들과 씨름했습니다. 업데이트된 자료와 이론으로 무장한 후세의 분석가들이 저마다 답을 찾았다고 주장했지만, 그들의 희망과는 달리, 프로이트의 질문들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 남아 있습니다.

 

과학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정신분석과 뉴로사이언스를 연결하려는 시도가 활발합니다. 그 자체는 무척 의미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자연과학으로서의 정신분석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정신분석은, 자연과학처럼 앞선 이론의 토대 위에 새로운 가설을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발전시킬 수 있는 학문이 아닙니다. 분석가 한명 한명이, 가장 근원적인 질문으로 돌아가서, 원점에서부터 자신만의 생각을 발전시켜야 하는 학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정신분석은 인문학에 가깝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앞 사람들이 제시한 답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던진 질문이고, 그 질문을 가장 많이 던진 사람이 프로이트입니다. 답을 찾기 위한 악전고투 끝에 프로이트는, 자신의 잠정적인 답이 마음에 들지 않고,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반복합니다. 그의 주술에 걸린 것처럼, 지금도 대부분의 정신분석 논문은, 그 논문에서 이야기하려는 주제에 대해 프로이트가 남긴 말을 인용하면서 시작됩니다.

프로이트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특유의 박식함과 풍부한 상상력, 그리고 명료한 논리로 집요하게 생각을 전개합니다. 그러고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용건만 간단히를 원하는 사람들은 프로이트를 싫어합니다. 하지만 쉬운 답이 아니라 생각할 거리를 찾는 사람들에게, 프로이트의 글은 보물 상자입니다. 모든 텍스트가 그렇지만, 특히 프로이트의 글에서 어떤 보물을 캘 것인지는, 독자의 몫입니다. 모두가 동의하는 보석 외에도, 피어나지 않은 생각의 씨앗들, 가공되지 않은 원석들이 그의 글 안에는 무수합니다. 틀렸다고 심판된 글 안에도 원석들은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프로이트의 글 안에는 모든 것이 있습니다.

 

 

어찌 하다 보니 두 번의 정신분석 수련을 받으면서, 여러 번 프로이트를 읽었습니다. 배우기 위해 읽는 프로이트는 늘 어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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